재생 에너지

부산 영도구, 해양 재생 에너지 실험 프로젝트

dodololve 2025. 7. 6. 13:34

부산광역시 영도구는 섬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함께, 해양 산업의 중심지라는 지역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 최근 이 지역은 국내 최초로 해양 재생에너지를 실증하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며, ‘친환경 해양도시’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과거에는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조류, 파력, 해수온도차 등을 활용한 해양 재생에너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해양 재생에너지는 예측 가능성, 에너지 밀도, 시간대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기술과는 다른 경쟁력을 지닌다. 특히 영도는 조류 변화가 뚜렷하고, 해저지형이 발전 설비 구축에 유리해 실증 조건이 탁월한 지역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부산시는 영도구를 해양 재생에너지 실험의 거점으로 선정하고, 산·학·연·관이 협력하는 도시형 실증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영도구에서 이루어진 실증 사례, 기술적 특징, 시민 참여, 그리고 향후 확산 가능성을 중심으로 해양 재생에너지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해양 재생 에너지 실험 프로젝트

 

해양 재생에너지 기술 개요와 영도구의 실증 환경

해양 재생에너지는 바다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로, 크게 조류 발전, 파력 발전, 해수온도차 발전(Ocean Thermal Energy Conversion, OTEC)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영도구는 주로 조류 발전과 파력 발전을 중심으로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조류 발전은 조수 간만의 차로 생기는 흐름을 이용해 수차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며, 영도 남항 앞바다의 조류 속도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수준에 해당해 실험 조건이 매우 우수하다. 파력 발전은 파도의 수직 운동을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하여 전기를 생산하며, 영도는 동해와 남해의 파고 차이 덕분에 일정한 파도 에너지를 확보하기에 적합하다. 이러한 환경적 조건을 바탕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산대학교, 해양에너지기업 등이 참여한 협의체가 구성되었고, 영도 해안 일대에 소형 조류 발전기 2기, 부유형 파력 모듈 1기가 설치되어 파일럿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실증 결과는 1일 평균 15~20k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수치를 기록했으며, 소형 어촌계 또는 항만 조명 설비를 자립형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양 재생에너지 실증 프로젝트의 운영 방식과 시민 참여

부산시는 해양 재생에너지 실증 프로젝트를 단순한 기술 실험으로 국한하지 않고, 지역 주민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실험장’ 모델로 설계했다. 영도구청은 조류 발전기 주변에 시민 견학 데크와 설명 게시판을 설치하고, 청소년을 위한 해양에너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부산시는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바다에서 만든 전기로 켠 영도등대’라는 상징적 캠페인을 통해 지역 상징물의 조명 전력을 조류 발전으로 대체하였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공급을 넘어, 시민들에게 재생에너지가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다. 운영 주체는 부산시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관리하며, 설비 유지보수는 지역 기업이 담당함으로써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영도구는 본 실증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소형 해양 에너지 설비 제조 특화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중소기업 기술이전과 창업 보육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 중심의 운영 방식은 향후 다른 연안 도시로의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해양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가능성과 한계

영도구의 해양 재생에너지 실증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조류와 파도의 변화가 계절, 기후 조건에 따라 불규칙하다는 점은 발전 효율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둘째, 해양환경은 염분, 부식, 해양 생물 부착 등의 요소로 인해 설비 유지보수 비용이 높고, 기계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유형 모듈의 내구성을 강화하고, 방오(防汚) 코팅, 자가 세척 기술 등 보완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셋째, 해양 에너지 발전량은 소규모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대규모 상업화보다는 분산형 에너지 모델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넷째, 해상 공간 사용과 관련된 법적 절차가 복잡하며, 어업권과의 충돌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시는 전력 저장 시스템(ESS)과 연계, 다른 재생에너지와의 하이브리드 구성, 공공 부문의 선도적 수요 창출 등을 통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결국 해양 재생에너지는 도시 단위에서 전력을 자립하는 보완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며, 소형 기지, 등대, 해양관측소, 양식장 등의 자가 전력 시스템에 매우 적합한 구조로 평가된다.

 

영도구 해양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미래 확산성과 시사점

부산시와 영도구의 해양 재생에너지 실증 프로젝트는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의 다양성과 지역 맞춤형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존 태양광이나 풍력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해양 자원을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과 학생, 중소기업까지 참여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기술 국산화라는 부가가치도 함께 달성하고 있다. 향후 부산시는 영도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다대포, 기장, 수영만 등 부산 전역의 연안으로 해양 재생에너지 실증 단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양도시 간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여, 포항, 여수, 인천 등 해양 자원이 풍부한 타 도시와 기술 교류 및 공동 연구를 통해 해양 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영도의 실증 사례는 비록 작고 시작은 미미하지만, 대한민국의 해양에너지 주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도시 지속 가능성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로컬 혁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