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고흥군은 농업이 주를 이루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으로, 고령화와 에너지 소외 문제가 함께 존재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고흥의 일부 마을은 단순히 전기요금을 아끼는 수준을 넘어, 재생에너지 자립을 위한 주민 주도형 구조인 ‘에너지 협동조합’ 설립에 나서게 되었다. 이 시도는 외부 기관이나 대기업 주도의 사업이 아닌, 주민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며,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그 중에서도 태양광 중심의 전력 생산 모델이 농촌 현실과 잘 맞물리며, 지역 내 확산 가능성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고흥의 이 사례는 대한민국 농촌에서 재생에너지를 단순 도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제 기반으로 전환한 선도 사례로 분석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고흥의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설립 배경, 실행 과정, 주민 반응, 경제적 성과, 확산 과제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고흥이 선택한 농촌형 대안은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설립
고흥군은 전국에서도 인구 고령화 비율이 높은 편이며, 대부분의 주민이 논과 밭을 기반으로 한 소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요금 상승과 농기계 전기화 확대에 따라 에너지 비용 부담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마을 이장은 주민 설명회를 열고, 에너지 자립 방안으로 소형 태양광 발전소 설치와 함께 협동조합 설립을 제안했다. 초기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정부의 에너지 전환 지역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고흥군청은 협동조합 운영 모델, 세무 회계 교육, 태양광 기술 자문까지 일괄 지원했으며, 한국에너지공단은 설비 설치비 일부를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 42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며 ‘○○에너지협동조합’이 설립되었고, 법인 등록과 동시에 첫 공동 발전소 건립에 돌입했다. 이 구조는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 주민이 직접 소득을 창출하고, 남는 전기를 공동시설에 무상 공급하는 ‘순환형 경제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으로 주민 중심의 태양광 발전 인프라 형성
협동조합이 본격 운영에 들어간 후, 고흥군 모 마을에는 50kW급 공동 태양광 발전소 1기와 가정용 지붕형 3kW 태양광 패널이 20여 가구에 설치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설비 설치에 앞서 태양광 발전의 원리, 패널 유지보수법, 전기 판매 절차, 전력 소비 관리법 등에 대한 실무 교육을 이수했다. 설비는 마을 회관 옥상과 창고 지붕, 비닐하우스 구조물 위에 설치되었고, 발전된 전력은 한국전력에 공급되며 월 단위로 조합 수익이 정산된다. 특히 이 모델의 핵심은 발전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조합원에게 직접 분배하는 구조이다. 각 조합원은 출자 비율에 따라 월 수익을 나눠 받고 있으며, 일부 수익은 마을 공공기금으로 환원되어 노인 난방비 지원, 장학금 지급, 공동작업장 운영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설치 후 1년간 누적 전력 생산량은 약 58,000kWh였으며, 조합 전체 수익은 약 900만 원에 달했다. 이 같은 실적은 농촌형 재생에너지 사업이 수익성, 지속성, 공동체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협동조합형 재생에너지 모델의 주민 체감 효과
고흥군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에 참여한 주민들은 단순히 전기요금을 절감한 것 이상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첫째, 에너지 소비 구조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가장 크다. 조합원들은 자가 전기 생산을 경험하면서 전력 소비를 더 의식적으로 조절하게 되었고, 에너지 절약이 생활화되었다. 둘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적 자립감이 생겼다. 일부 고령 조합원은 “은퇴 후에도 이렇게 마을에서 수익이 생기는 건 처음”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셋째, 마을 내부 공동체 의식이 크게 향상되었다. 회계 정산, 정기총회, 설비 점검 등 공동 관리 과정에서 주민 간 교류가 활발해졌고, 분쟁도 줄어들었다. 넷째, 이 모델은 외부 청년의 귀농·귀촌 유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협동조합 운영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히자, 청년층이 ‘고흥형 에너지 창업 모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실습과 인턴십도 진행 중이다. 고흥 사례는 협동조합과 재생에너지, 그리고 농촌 주민의 역량이 결합될 때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기술 보급이 아닌 ‘사회적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농촌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과제
전남 고흥의 사례는 농촌 지역에서 협동조합 기반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지만,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을 위한 행정 절차와 법적 지식의 부족이 장애가 된다. 다수의 농촌 지역은 고령화로 인해 법인 설립이나 회계 운영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초기 설비 설치비용과 유지보수 인력 확보는 여전히 부담 요소다. 정부 보조가 있다 하더라도 자부담이 30~40% 수준으로 남아 있어 일부 마을은 참여를 주저한다. 셋째, 기후 조건이나 일조량이 태양광에 불리한 지역에서는 이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에는 풍력, 바이오에너지, 지열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형태를 혼합한 지역 맞춤형 모델이 필요하다. 넷째, 수익 배당 과정에서의 형평성과 투명성 유지가 중요하다. 조합이 커질수록 내부 분쟁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IT 기반 회계관리 시스템 도입, 표준 운영 매뉴얼 배포 등 제도화 작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고흥의 사례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대한민국 농촌 에너지 전환의 실증 모델로 기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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