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에너지

충북 제천시, 산림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활용 사례

dodololve 2025. 7. 7. 14:20

충청북도 제천시는 전체 면적의 76%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내륙 산간 도시이다. 오래전부터 제천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공기가 맑은 도시로 알려져 있었지만, 인구 고령화와 산업기반 약화로 인해 지속가능한 도시 유지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져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천시는 2015년부터 산림자원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기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도입하며, 친환경 에너지 자립 도시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제천시의 선택은 기존의 태양광이나 풍력 중심이 아닌, ‘산림 부산물(임산 잔재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열병합 시스템이었다. 이는 지역 내 방치된 임목 자원을 자원화함과 동시에, 난방과 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중 효과를 가진 솔루션으로 주목받았다.

산림 바이오매스 재생 에너지 활용

본 글에서는 충북 제천시가 어떻게 산림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자립을 시도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시스템 구조, 주민 수용성, 확산 가능성과 한계를 중심으로 상세히 살펴본다.

 

제천시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도입의 정책적 배경

제천시는 풍부한 산림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그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2014년 기준, 매년 벌채 후 방치되는 산림 부산물의 양은 5만 톤 이상에 달했으며, 이 자원은 대부분 산속에 그대로 썩거나 불법 소각되는 등 환경적으로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처리되곤 했다. 이에 제천시는 “산림 부산물을 재생에너지 자원으로 전환하자”는 정책적 판단 아래,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소 구축을 결정하게 된다. 2016년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림청의 협력을 통해 ‘산림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 시범지구’로 선정된 이후, 제천시는 총사업비 약 450억 원 규모의 ‘에코-에너지 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목재칩을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보일러 시스템을 중심으로,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통합형 에너지 생산 인프라를 목표로 한다. 특히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컸던 농촌 마을 및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열공급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지역 밀착형 에너지 복지 실현도 함께 도모하고 있다.

 

산림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시스템 구조 및 실제 운영

제천시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목재칩 연료를 활용한 열병합 발전소이며, 둘째는 소규모 마을 단위의 열 공급 네트워크다. 목재칩은 제천 지역 내 임도 및 간벌 작업을 통해 수집된 산림 부산물을 파쇄·건조 후 연료로 활용하며, 1일 약 70톤의 목재칩을 소모해 1.5MW급 전기와 하루 약 25Gcal의 열을 생산한다. 이 전력은 일부는 한국전력에 판매되며, 일부는 지역 공공시설 자가소비용으로 공급된다. 열공급은 인근의 학교, 노인복지관, 주민센터 등 10여 개 공공시설에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기존의 등유 기반 난방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난방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지역 일자리 창출도 부수적으로 이뤄졌다. 바이오매스 공급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산림작업단’과 ‘목재칩 가공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은 벌채-운반-파쇄-공급까지 전 과정을 지역에서 수행하는 순환형 에너지 시스템을 완성하고 있다. 특히, 2022년 기준 약 40명의 지역 주민이 직접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고령화 농촌 지역에 매우 긍정적인 고용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주민 수용성과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사회적 효과

초기에는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연소 과정에서의 미세먼지, 냄새, 소음 등에 대한 민원이 있었으며, “산림을 파괴해 연료를 만든다”는 오해가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제천시는 주민 설명회와 함께 바이오매스 시스템의 원리, 연료 사용 방식, 대기오염 방지 필터 등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병행했다. 특히 폐목재가 아닌, 간벌과 임도 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 부산물만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민 수용성은 점차 개선되었다. 이후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기존 난방 연료보다 비용이 절감되고 온수 공급도 원활해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확산되었고, 2023년에는 인근 마을 3곳이 추가로 열공급 네트워크에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등 주민 호응도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바이오매스 연료 가공 및 운반에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에너지 생산-공급-소비’의 순환 구조가 지역 경제에 실질적 활력을 불어넣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외부 에너지 의존형 구조에서 지속가능한 지역 자립형 구조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다.

 

제천시 산림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모델의 확산 가능성과 과제

제천시의 산림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모델은 국내 유사 사례 중 가장 선도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농산어촌 지역의 에너지 빈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 지자체의 관심이 높다. 실제로 2023년 이후 전북 진안, 경북 봉화, 강원 인제 등 산림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제천 모델을 벤치마킹한 시범사업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확산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존재한다. 첫째, 목재칩 공급의 안정성과 품질 관리가 핵심이며, 이를 위한 지역 단위 공급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바이오매스 열병합 설비의 효율성은 높은 반면,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재정 지원 및 민간 투자 유치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일부 환경단체의 우려처럼 산림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바이오매스 채취 기준에 대한 법제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제천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부터는 ‘산림 바이오매스 관리 조례’를 제정해 연간 채취량과 생태 보전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탄소중립 산림에너지 특화도시’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했다. 이처럼 제천의 시도는 단순한 기술적 전환을 넘어, 지역의 자연·경제·사회 구조 전체를 바꾸는 통합적 재생에너지 모델로 진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