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대덕구는 오랜 기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관문 역할을 해온 지역이다. 대전의 북동부에 위치한 대덕구는 전통적인 산업단지와 주거지역, 소상공인 상권이 밀집한 지역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서는 ‘도시형 재생에너지 실험’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고층 아파트, 상가 건물, 공공시설, 산업단지 건물 옥상을 활용한 소규모 태양광과 태양열 시스템 설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사업들이 단순한 기술적 보급을 넘어서, 지역 일자리 창출과 주민참여형 수익 분배 구조까지 통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덕구는 이 실험을 통해 에너지 전환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에너지 복지 실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 글에서는 대덕구 도시형 재생에너지 실험의 배경과 구조, 지역경제와의 연계 방식, 주민 수용성,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대덕구 도시형 재생에너지 실험의 정책 배경과 방향
대덕구가 도시형 재생에너지 실험을 본격화하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 첫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자체의 탄소중립 전략이며, 둘째는 지역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모색이다. 특히 대덕구는 대덕산업단지와 송촌동 상권 등 지역 내 전통 산업 기반이 노후화되면서, 경제 활력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시작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대덕구 도시형 재생에너지 확산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 생산 시스템 구축, 에너지 자립형 공공건물 확대, 지역기반 에너지 일자리 창출을 세 가지 주요 축으로 설정했다. 특히 산업부와 대전시의 협력 아래 ‘에너지전환 선도지역 시범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국비와 지방비를 통합 활용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대덕구는 도시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해 옥상형 태양광, 벽면형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s), 마이크로그리드 실증 플랫폼 등을 조합한 입체적 재생에너지 전략을 수립했다.
도시형 재생에너지 모델의 적용 사례와 기술 구조
대덕구의 도시형 재생에너지 실험은 공공건물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송촌동 주민자치센터와 신탄진 도서관 옥상에 설치된 50kW급 태양광 발전 설비다. 이 설비는 하루 평균 200kWh의 전력을 생산하며, 자체 소비와 한전 판매를 병행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또한 대덕구는 ‘에너지 자립형 산업단지’ 모델을 도입해, 산업단지 내 10여 개 기업의 공장 옥상에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했다. 이 모델은 기업이 자체 전력을 생산해 공장 운영에 직접 사용함으로써 전기요금 절감과 ESG 경영 실천이라는 이중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대덕구는 기존 단독주택 지역에도 저소득층 대상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역 전기기술자와 청년 인력을 고용해 설치·운영을 맡기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기술 확산과 함께 지역 내 순환형 에너지 경제 생태계 형성이라는 전략적 효과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대덕구의 실험은 단순한 시설 보급이 아니라, 공간과 기술, 사람을 연결하는 통합 에너지 시스템 구축의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도시형 재생에너지 확산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연계
대덕구 도시형 재생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경제와의 연계가 매우 긴밀하다는 점이다. 우선, 재생에너지 설비의 설치와 유지보수, 모니터링, 인허가 등의 과정에 지역 기반의 중소기업과 사회적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총 23개의 지역 업체가 사업에 직접 참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일자리는 약 110개에 달한다. 특히 대덕구는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기술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설치 기술 및 유지관리 훈련을 제공하고,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한 대덕구는 ‘에너지 협동조합’을 설립해, 공공건물 태양광 발전 수익의 일부를 주민과 나누는 수익 공유 모델도 실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송촌동 에너지 협동조합은 연간 약 500만 원의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이 수익은 에너지 교육, 저소득층 전기요금 지원, 마을 환경 개선 등에 사용된다. 이처럼 재생에너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단순한 친환경 정책을 넘어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덕구는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자립 기반 지역경제 순환 모델’을 정착시키려는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덕구 도시형 재생에너지 실험의 과제와 확산 가능성
대덕구의 실험은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도시형 재생에너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첫째, 공공건물 외 민간 건물로의 확산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태양광 설비에 대한 안정성 우려, 투자비 부담, 인허가 복잡성 등이 민간 참여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에너지 수요와 생산의 시간대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한 ESS(에너지 저장장치) 확대 보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유지보수 및 화재 안전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셋째, 에너지 데이터 관리와 연계된 디지털 플랫폼이 아직 구축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과 수익 구조 투명화에서 한계가 있다. 대덕구는 이 같은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부터 ‘스마트 에너지 행정 통합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착수했고, 에너지 데이터, 설비 상태, 탄소배출량 등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 중이다. 향후에는 지역 대학, 기업,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도시형 에너지 리빙랩’ 모델을 도입하여, 기술 실증과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덕구의 도시형 재생에너지 실험은 기술과 경제, 사람을 아우르는 실천적 에너지 전환 모델로서,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크 사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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