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여수시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풍부한 해양 자원을 보유한 대표적인 어업 중심 도시이다. 하지만 여수의 외곽 어촌마을들은 도시와 떨어져 있어 전력 공급이 제한적이거나 비용 부담이 높은 환경에 놓여 있다. 특히 고령화된 주민들이 대부분인 소규모 어촌에서는 냉장·냉동 장비의 전력 수요가 많은 반면, 에너지 공급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수시가 2023년부터 추진한 태양광 기반 어촌 재생에너지 자립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기 절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프로젝트는 낙후된 어촌의 전력 자립과 함께, 주민 주도의 관리와 유지가 가능한 소규모 태양광 시스템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이다. 특히 어업 특성상 해가 떠 있는 낮 시간대에 전력 소비가 집중되며, 이는 태양광 발전과의 상호보완성을 높인다. 더 나아가, 해당 사업은 단순히 설비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이 에너지 생산자이자 관리자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본문에서는 여수 어촌 태양광 자립 프로젝트의 도입 배경, 설치 구조, 주민 참여 과정, 그리고 향후 확장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여수 어촌마을 태양광 자립 프로젝트의 도입 배경
여수의 남면, 화정면, 삼산면 등 외곽 섬마을들은 평소에도 전기 공급이 불안정한 지역으로 분류되어 왔다. 특히 겨울철 바람이 거세거나, 여름철 장마철에는 송전선 손상으로 인한 정전 사고가 빈번했다. 여수시청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지역 회복력 강화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해양수산부, 전라남도청과 함께 협업해, ‘어촌 에너지 자립 시범마을’ 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는 전기 사용량이 많은 수산물 저장시설, 어민 복지센터, 공동작업장 등을 중심으로 1차 구축되었으며, 이후 개별 가정으로 확장되었다. 초기에는 5개 마을을 대상으로 시작되었고, 이 중 삼산면 추도리와 화정면 백야도 마을이 대표적인 실증 지역으로 운영되었다. 해당 마을들은 외부 전기 의존도가 높은데다,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 고령층이어서, 에너지 공급 불안정성이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여수시는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과 유지 가능성에 중점을 둔 재생에너지 모델을 개발하게 된다. 외부 업체가 주도하지 않고, 마을이 설비에 대한 소유권과 운영 주체성을 가지도록 설계한 점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차별점이다.
어촌마을 태양광 시스템 설치 방식과 기술적 구성
여수 어촌마을에 설치된 태양광 시스템은 공동시설 중심의 집중형 설비와 개별 가구용 분산형 설비가 혼합된 구조로 설계되었다. 공동 냉장창고, 양식장 전기펌프, 어민복지센터 등에는 20kW50kW 규모의 지붕형 또는 옥외 고정형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었고, 이를 통해 하루 평균 70100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의 설비에 **리튬인산철 기반의 ESS(에너지저장장치)**가 함께 설치되어, 발전 시간과 소비 시간의 간극을 해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 문제를 극복하고, 야간이나 흐린 날씨에도 일정 수준의 전기 공급이 가능하게 되었다.
가정용 시스템은 3kW 태양광 패널과 5kWh의 소형 ESS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을 내 설치된 마이크로그리드 형태의 전력망을 통해 여분의 전력을 공유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일부 구축되어 있다. 각 설비에는 IoT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 연동되어,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발전량, 소비량, 저장 전력 상태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더불어, 여수시와 협력한 지역 에너지 기업은 한글화된 사용자 매뉴얼과 고령자 맞춤형 UI를 적용한 관리 앱을 제공함으로써,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도 손쉽게 시스템을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러한 기술 구성은 단순한 하드웨어 설치를 넘어, 어촌 주민의 일상과 기술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형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어촌마을 주민의 반응과 에너지 자립이 가져온 변화
태양광 시스템이 설치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 완화와 일상생활의 안정성 향상이었다. 추도리에서 어류 건조장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이전에는 한 달 전기요금이 30만원을 넘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태양광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며, “전기 걱정이 줄고 일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에너지 자립은 경제적인 측면 외에도 마을 공동체의 참여 문화와 협업 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마을 주민들은 태양광 설비의 청결 유지, ESS 점검, 이상 여부 체크 등을 분담하고, 매월 ‘에너지 운영회의’를 열어 발전 수익금 사용 방안이나 향후 운영 계획을 논의한다. 이로 인해 고령자 중심의 마을에 새로운 사회적 역할 분담과 공동 책임의식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일부 마을에서는 발전 수익을 활용해 전기료가 부담되는 저소득 가구에 일정량의 전기를 무상 공급하거나, 복지센터 난방비로 환원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시스템이 단순한 설비가 아닌, 마을 복지의 일부로 작동하고 있는 점이 다른 지역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와 함께,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에도 소형 태양광 체험 설비가 구축되었고, 이를 통해 기후위기와 에너지 절약 교육이 실생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일상에 스며들며, 어린이부터 고령자까지 세대 간 인식 격차도 자연스럽게 좁혀지고 있다.
여수 어촌 태양광 자립 사례의 확장성과 전국적 시사점
여수시의 어촌마을 태양광 재생에너지 자립 프로젝트는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마을 중심의 에너지 전환 모델이라는 점에서 높은 독창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다. 특히 중앙집중형 에너지 정책이 주류였던 과거와 달리, 이 사례는 지역이 스스로 에너지의 주체가 되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여수시는 이번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총 20개 어촌마을에 태양광 기반 에너지 자립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 에너지 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운영자 교육 및 유지보수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남해안 연안의 유사 환경을 가진 다른 어촌 지역과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지방정부 간 협력 체계도 준비 중이다.
이러한 확장성은 단지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넘어, 지역 간 불균형 해소, 에너지 복지 실현, 탄소중립 정책 실천이라는 다층적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여수의 사례는 소외되기 쉬운 어촌이라는 공간에서, 재생에너지를 통해 자립과 연대가 가능한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큰 상징성을 지닌다.
앞으로도 이러한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단지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다.
'재생 에너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르웨이의 소규모 수력 발전, 지역 사회를 위한 재생 에너지 혁신 (0) | 2025.07.18 |
---|---|
스웨덴의 폐기물 에너지 혁명이라는 재생 에너지 이야기 (0) | 2025.07.17 |
속초시, 소형 학교 재생 에너지 시스템 설치 사례 (0) | 2025.07.15 |
포항시, 중소기업 대상 재생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 운영기 (0) | 2025.07.14 |
경북 영양군, 풍력 발전기 기반 재생 에너지 실험 사례 (0) | 2025.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