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에너지

전북 진안, 주민이 주도한 지역 재생 에너지 사례

dodololve 2025. 7. 10. 08:33

전북 진안군은 인구 2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지만, 최근 들어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에서 매우 독보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이 정부나 민간 기업 주도의 대규모 태양광, 풍력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진안은 주민 스스로가 기획하고 결정하며, 운영까지 참여하는 **“주민 주도형 지역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실현해낸 대표적 사례다.


진안군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령화와 농업 의존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마을 공동체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진안군 정천면과 성수면 일대에서 진행된 마을 태양광 협동조합 설립, 주택형 소형 태양광 보급

지역 재생 에너지 사례

사업, 에너지 교육 커뮤니티 운영 등은 주민 참여의 밀도와 실제 효과라는 측면에서 국내 타 지역과 뚜렷한 차별점을 지닌다.
이 글에서는 전북 진안이 왜 주민 주도 재생에너지 모델을 선택했는지, 어떻게 실제로 그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어떤 사회적·경제적 변화가 나타났는지, 그리고 이 사례가 우리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를 하나하나 분석해보려 한다.

 

전북 진안 재생에너지 도입 배경: 고령화 지역의 현실과 주민 참여 필요성

진안군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한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이다.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농업에 집중되어 있고, 청년 인구는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지속 가능한 지역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오래전부터 공유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진안군은 단순히 외부에서 에너지를 수급받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자원을 활용한 자립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정천면에서는 2018년부터 마을 단위로 태양광 설치를 추진했으며, 이를 계기로 지역 내 에너지 교육과 주민 조직화가 시작됐다.

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없던 주민들도 “내가 쓰는 전기를 내가 만들 수 있다”는 개념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진안군청은 이에 발맞춰 ‘진안 에너지 자립 마을 육성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단기적 태양광 보급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역 내 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민이 직접 협동조합 형태로 참여하는 구조를 지향했다.


중앙정부나 외부 업체가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진안 주민들에게, **“내가 주체가 되는 에너지 사업”**이라는 접근은 매우 큰 설득력으로 작용했고, 실제로 마을 회의와 주민 총회를 통해 사업 방향이 정해지는 구조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주민 주도 재생에너지 시스템 구축 방식과 협동조합 운영 구조

진안군의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바로 “진안 에너지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이다. 정천면과 성수면을 중심으로 2019년 설립된 이 협동조합은, 초기 15가구가 공동으로 출자하여 30kW 태양광 발전소 2기를 마을 공공부지에 설치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외부 재정 지원을 통해 발전 설비 수를 늘려갔고, 현재는 총 10기의 공동 태양광 발전소가 진안군 내 4개 마을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안군청은 설치비 일부를 지원하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협업해 주민 대상 기술교육과 회계·운영 교육을 병행함으로써 주민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이 협동조합 모델은 단순히 발전소를 공동 소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여 생기는 수익은 마을공동기금으로 적립되고, 이 기금은 마을 노후주택의 단열 보강, 고령자 전기요금 보조, 마을회관 난방비 등에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은 조합 내부에서 “에너지 담당자” 역할을 맡아 발전량 점검, 계량기 확인, 설비 이상 감지 등 일상적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이로 인해 단순한 전기 생산 이상으로, 마을 내 에너지 생태계가 형성되고, 새로운 지역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에너지 자립 실현 이후 주민들의 변화와 마을의 사회적 회복

진안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의 인식과 공동체 내 관계 회복이다. 에너지를 외부에서 사오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생산하고 관리하는 자원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고령자 중심의 마을에서도 활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성수면 고성마을의 한 70대 주민은 자신의 집 옆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매년 겨울철 전기요금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자립의 자신감으로 연결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수익금을 활용해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마을 노인들을 위한 전기안전 점검 활동을 정례화하면서, 세대 간 교류와 지역 복지 기능까지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주민들이 “에너지 전환은 국가 정책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일부”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외부 개발자에 의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것을 막고, 마을이 스스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되었다.

 

진안의 주민 주도형 재생에너지 사례가 갖는 시사점

진안의 사례는 단순한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이 아니다. 이는 지역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며, 주민 복지에 직접 활용하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이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류 방식인 상황에서, 진안처럼 분산형, 주민 참여형, 지역 통제형 에너지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에너지 전환이 기존에는 환경 운동이나 전문가 중심의 이슈로 인식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지역주민 스스로의 생존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안군은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군 전체 에너지 자립률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앞으로 소형 풍력, 농업 폐기물 바이오매스 등도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진안은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에 답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재생에너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진안은 단호히 “그렇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 근거는 지역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확인되고 있다.